강아지 반려견 분리불안 관리법 – 설채현 수의사

강아지 반려견 분리불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앞서 강아지의 외부 소리 짖음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오늘은 분리불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약간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분리불안이 있는 많은 강아지들이 소리에 민감하다고 하는 것인데요. 보호자가 집에 있을 때 짖는 것보다 사실 더 걱정이 되는 것이 바로 집에 없는 동안 분리불안으로 하게 되는 하울링입니다. 짖음도 하울링도 이웃에게 민폐가 되기도 하고, 반려견 자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서로 마이너스인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울링을 넘어서서 집안 가구나 물건 파손, 집안 곳곳에 소변이나 대변 등의 볼일을 봐버리는 것도 분리불안의 증상 중 하나지요. 

분리불안의 원인은 너무 예뻐해서이다?

모든 증상을 해결할 때의 기본은 원인 탐색입니다.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분리불안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심지어 학계에서도 오랜 시간 오해해온 것이 바로 분리불안의 원인입니다. 지금까지의 통념은 ‘보호자가 너무 옆에 끼고 살아서, 너무 예뻐해서’ 반려견이 분리불안이 생긴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반려견을 너무 예뻐하지 말아라’, ‘무시해라’, ‘간식을 주지 마라’ 등 애착과 관련된 대안이 많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또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러니 ‘산책을 많이 다녀라‘는 이야기도 많았죠. 

하지만 이게 ’틀렸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같은 보호자 아래에서 자란 두 반려견 중 하나만 분리불안인 경우나 보호자가 아닌 타인과 있다가 떨어져도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는 경우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많이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경우에도, 산책을 많이 하는 강아지를 친구 대신 2주 정도 맡아준 적이 있습니다. 이 개는 보호자가 떠난 후에는 전혀 분리불안의 증상이 없었습니다. 저와는 알고 지낸 지가 2일 정도 되는, 개에게 저는 얼마 전에 알게 된 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제가 개를 혼자 두고 나가자 10초도 지나지 않아 하울링이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기존의 논리대로 보호자와의 심한 애착 때문이라면,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있다가 없어져도 불안할 이유는 없겠죠. 이 개는 그저 혼자 있는 것이 두렵고 불안한 듯 했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반려견들을 도와주고 계시는 설채현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에 다르면, 최근 학계에서 제시되는 새로운 근거는 이렇습니다.

  1. 유전적 영향 (불안을 어느 정도 가지고 태어남)
  2. 어린 시절 모견과 너무 빨리 생이별한 경우
  3. 어린 시절 사회화 경험을 하지 못한 경우

확실히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어미에게 배워야 할 것을 제때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니 (시기가 됐을 때의 독립) 보호자와 떨어져 있는 것이 어려운 아기 강아지처럼 구는 것입니다. 또 외부 공간과의 다양한 경험이 부족할 수록 세상을 모릅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내는 소리 등은 불안을 높이기 쉽습니다. 사람도 그렇죠. 혼자 밤길을 걷는데 누군가 뒤에서 큰 소리를 내면 깜짝 놀라듯이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기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불안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분리불안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모든 훈련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분리불안은 세심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한 단계식 진행하다가 갑자기 불안이 확 올라올 경우, 지금까지 쌓은 게 물거품이 되기 쉽다고 하네요. 불안이라는 감정이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겠죠. 사람과 비교해보아도 그렇습니다. 우울증이나 긴장도가 높은 사람들은 한 번에 바뀌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꾸준히 노력하면 사람도, 반려견도 바뀔 수 있다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겠죠.

우선 설채현 선생님이 추천하는 가장 즉각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1. 데이케어 or 독시터

    분리불안이 한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사회 생활을 하는 보호자들은 외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돌보아줄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괜찮지만, 1인 가구이거나 아니면 가족 구성원이 집에 모두 없을 경우에는 데이케어나 도그시터를 고용하거나 지인에게 부탁하여 내 반려견이 누군가와 함께 있도록 환경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익숙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데이케어로 주의를 끌어주고 간식을 주고 놀아주거나 산책하다보면 불안이 훨씬 낮아질 테니까요. 의사 선생님이 아무리 우울증 심할 때 운동 나가라고 해도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물며 개 혼자서 집에만 있어서는 올라오는 불안을 감당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모르는 사람이라도 개와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2. 백색 소음

        두번째는 바로 백색 소음입니다. 백색 소음은 보호자가 집에 있을 때 외부 소리에 대한 짖음에 대한 해결책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위에 잠깐 말했듯 분리불안이 있는 많은 강아지들이 외부 소리에 민감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갑자기 모르는 큰 소리가 나서 불안을 더 키울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이웃들이 지나가는 발소리가 마치 주인이 돌아오고 있는 것인줄 착각해서 흥분해서 현관으로 뛰어나갔다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불안이 고조되게 되는, ’희망 고문‘입니다. 가능하다면 집안 곳곳에, 최소한 현관문 근처에 백색 소음을 틀어놓으면 외부 소리를 차단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백색 소음은 개 뿐만 아니라 외부 소음에 예민한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필자도 소리에 예민한 사람으로서 소리 차단 효과는 보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백색 소음 활용에 대한 저만의 팁을 두개 공유하겠습니다. 

        어떤 걸 들을 것인가?

        백색 소음 장시간 재생하는 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짧은 백색 소음 소리를 (보통 하나당 1분에서 3분) 여러개 모아서 만들어진 다양한 플레이 리스트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틀어놓으면 몇 시간동안 재생이 되고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으나 동시에 단점도 있습니다. 소리가 전환될 때의 약간의 침묵 사이로 외부 소리가 비집어 들어오기도 하고, 백색 소음 소리가 자꾸 바뀌면 신경이 쓰여 개인적으로는 좀 거슬리더라구요.

        제가 추천하는 건 끊김없이 하나의 소음이 수시간동안 꾸준히 재생되는 팟캐스트형입니다. 저는 스포티파이에서 ‘Green Noise (8 hours) Looped, No Fade‘라는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듣습니다.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같은 소음이 끊기지 않고 흘러나와 소음 차단에 아주 좋습니다. 맨 앞부분에 광고 멘트 관련해서 들어가는게 있는데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며, 소음이 재생되는 동안에는 다른 멘트 없이 소음만 나옵니다. (Ambient Noise Online 이라는 팟캐스트의 에피소드인데 이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많아 취향대로 고르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팁은 백색 소음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라고 하는 것 외에도 Green noise, Pink noise, Brown noise 등 비슷해 보여도 다 각기 다른 주파수와 특징을 가진 소음들이 있습니다. 본인의 귀에 편안한 소리 혹은 본인의 반려견이 편안히 느끼는 것지 여러개 틀어보면서 테스트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3. Adaptil Calm 

          분리불안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현실적인 팁, 마지막 세번째는 바로 아답틸 캄(Adaptil Calm)이라는 진정 효과를 주는 애견용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방향제처럼 향을 발산하는 타입도 있고, 목걸이형도 있습니다. 이 제품은 수의사들에 의해서 개발된 제품이라 믿을 수 있고, 효과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합니다. 부작용도 없고, 개 이외의 동물은 맡을 수 없는 냄새라 집안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제품의 원리는 어미개가 젖꼭지를 통해 주변 공기로 방출하는 ‘강아지 이완 페로몬’의 유사체를 발산하여 반려견이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맡았던 엄마의 살냄새 같은 걸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제품이 만병통치약이냐 하면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분리 불안을 고치는 목적’보다는 ‘강아지들의 불안을 조금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에 가깝습니다. ‘분리 불안’, ’큰 소리‘, ’두려움‘ 등이 있을 때 올라오는 불안을 낮춰주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 제품의 경우 분리불안이 없는 강아지라도 강아지가 새 환경에 적응해야할 때 – 첫 입양 시, 혹은 이사 – 일반적인 강아지에게 사용해도 도움을 주는 제품입니다. 따라서 강아지 분리불안의 원인에 따라 또 강아지에 따라서 효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제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4. 켄넬

            켄넬에 들어가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부 강아지는 사방이 막힌 느낌 때문에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모든 강아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켄넬로 교육을 시켜보다가 강아지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으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폐소공포증 같은 게 있는 강아지라면 켄넬에 있을 때 불안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죠. 

            5. 교육 중 혼자 두지 않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하는 동안 강아지가 혼자 남은 느낌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교육을 하던 도중에 강아지가 혼자 남은 느낌을 받게 되면 지금까지 연습해온 게 모두 날아가고 다시 불안이 강아지의 머릿 속에서 날뛰게 된다고 하네요. 이 교육하는 동안이라는 기간이 사실은 좀 애매한데요. 최대한 오랜 기간 강아지가 혼자 남겨진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6. 외출하러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차분하게 행동하기

                외출하러 나갈 때 ’갔다 올게 혼자 잘 있어야 돼‘ 등등의 말을 하고 가는 것은 오히려 강아지의 불안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설쌤은 외출을 나갈 때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빨리, 조용히, 차분하게‘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2시간 전에 외출에 필요한 것을 미리 챙겨두라고 합니다. 

                돌아왔을 때는 개가 너무 흥분한 경우에는 무시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너무 흥분한 경우에만‘ 진정할 때까지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지난 번 외부 소리 짖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었죠. 좋아서 흥분하는 것도 ’흥분‘이기 때문에 이 때 예뻐해주면 칭찬하는 효과가 되서 ’흥분 = 칭찬‘이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좋은 흥분이라고는 해도 결과적으로 불안이 높아 불안정한 반려견에게 ’흥분‘은 강화시켜서 좋은 요소가 아니죠. 강아지가 조금 진정됐을 때 칭찬해 주도록 합시다. 

                7. 충분한 운동

                  아까는 산책이 답이 아니라더니 산책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산책은 ’기본‘입니다. 산책만 가지고 분리불안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가장 강아지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산책 없이 해결하는 것도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시간적으로는 외출 직전에 산책을 해서 조금 피곤하게 해주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8. 체벌 금지

                    분리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기저 감정의 불안‘이라고 합니다. 즉, 강아지가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행동하는게 아니라 너무 무서워서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라는 거죠. 난 너무 무서워서 한 건데 보호자가 체벌을 하게 되면 강아지에게 교육 효과가 아니라 역효과가 나기 쉽습니다.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걸로 혼이 났으니까요.

                    9. 외출할 때 가장 좋아하는 외출 전용 장난감/간식 제공하기

                      보호자가 외출할 때만 가지고 놀 수 있고, 보호자가 외출할 때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정해두고 외출할 때마다 제공하면 강아지가 보호자의 외출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분리불안 반려견 관리 방법‘이었습니다. 이 중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게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태에서 교육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네요. 정말 쉽지 않지만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보호자님들, 늘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